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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sn

느슨해져 보려고 합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려 합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흔한 일이지만 나의 일일 땐 모든 게 낯설기만 합니다.

사람들이 물어봅니다, 그만두고 나서 계획이 있느냐고요.

새 일을 구할 건가요?

공부를 할 건가요?

자격증을 딸 건가요?

하고 싶은 게 뭐예요?

나는 그런대로 야심차게 대답이야 하지만

사실 몇 밤을 꼬박 생각했을 때 드는 생각은 단 하나였습니다.

 

나의 느슨함을 찾고 싶어요.

늘 무언가에 맞춰 살았던 나였다면

세상에 나를 내보이고 대답을 기다리기에 바쁜 나였다면

이제는 기약 없이도 좋은 나의 느슨함을 찾고 싶습니다.

 

세상의 작은 것에 눈을 반짝이며 물음하려 드는 느슨함

목적지를 두고 걷다가도 잠깐 멈춰서서 무언가를 구경할 여유의 느슨함

일상의 당연함이 생경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만끽할 줄 아는 느슨함

또 때로는 나의 속도를 늦추고 군중 속의 나를 위로할 줄 아는 느슨함

 

설레는 사소함,

시끄럽지 않은 즐거움,

조금은 어수룩한 취향과 열정들.

그런 것들로 이루어진 느슨함을 나는 다시 찾으려 합니다.

 

공부도, 일도, 물론 다 좋지만…

사실은 어른에게도 방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누군가가 늘 내게 무엇을 사라고 하거나,

알라고 하거나,

하라고 하는 그런 세상에서 조금 자유로워지고 싶습니다.

마치 내가 할 수 있기에 모든 것을 갖추기를 요구하는 이름 모를 이들의 발언들은 잠시 비껴서고 싶습니다.

 

숫자에 대해 조금 덜 생각하고,

하루만이라도 무엇을 살지 덜 고민하고,

언제나 어디서나 화면 속에서 내게 새로운 정보를 떠넘기는 세상에서 잠시 한 발짝 멀어지고 싶습니다.

가만히 하늘에 뜬 오묘한 모습의 구름을 바라보다

이내 놓쳐버릴 지하철에 대해 괘념하는 나의 삶이 나는 귀한 줄 알면서도 실로 지겹습니다.

 

그래서 나는 느슨함을 찾고 싶습니다.

달리는 나의 발을 멈추고 누군가를 좇아가지 않아도 되는, 나 자신을 위한 단단함을 얻고 싶습니다.

쉴 새 없이 시끄러운 옳고 그름의 토론장과

경쟁과 우열과 비교와 증명의 연속을 떠나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시간을 가지길 원합니다.

nssn은 아마 그런 여정을 남기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어렵지만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게 될 여러분도 그런 느슨함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nss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