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꾸준히 하는 게 이렇게 힘든데 어케 하는 거임...
이번에 독감 두 번에 씨게 얻어맞고 나서 한동안 귀찮음에 빠졌다. 꾸준히 하던 홈트레이닝도 놓은지 딱 2개월, 르티크도 새 화를 써야지 하고 또 막 까먹고 말았다. 하마터면 단편 쓴 것 퇴고하는 것도 잊을 뻔 했지 뭔가? 글을 쓰는 것도 딱히 영감이랄 게 떠오르지 않아서 한동안 잊고 살았다. 예전에는 매 주마다 뭘 쓸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설렜는데!
도대체 남들은 어떻게 꾸준히 그런 것들을 하는 걸까? 같은 회사를 27년째 다니는 아무개 씨나... 매일 헬스장에 가는 저 광기의 헬스맨들. 심지어 1년 동안 까먹지 않고 일기를 쓰는 사람들까지. 정말이지 한 번 놓은 습관은 다시 붙잡기가 어렵다. 그걸 다시 하는 건 사실 힘든 일이 아닌데도, 부족한 잠을 채우려 허우적대는 아침처럼 내 손발이 괜히 움직이기 싫단 말이지.
도대체 다들 습관을 어떻게 만드는 거야
사람들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행할 때에는 몇 가지의 고비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시작' 그 자체의 단계이다. 나는 생각을 단순하게 하는 편이라 하고 싶은 걸 하는 데에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많이 안 한다. 덕분에 하고 싶으면 방법부터 냅다 찾고 도전하는 스타일이 되었다. 그러나 정말 많은 사람들이, 시작하는 데 망설인다는 걸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막연한 생각이 그들의 마음을 붙잡고 나아가게 두질 않는다. 어떤 사람은 이걸 게으른 완벽주의자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냥 겁쟁이라고도 하고. 뭐가 어쨌던 간에, 나는 그런 마음도 이해가 가긴 한다. 그렇지만 수많은 것에 대한 의견이 있는 내게 이것에 대한 답은 딱히 없는 것 같다. 한 번도 높은 곳에서 떨어져 본 적 없는 고양이는 추락이 곧 죽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걸 믿지 못한다. 그런 고양이한테는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마저도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면대 위에서도 떨어져 보고, 냉장고 높이에서도 떨어져 보고 하면서 착지하는 법을 배운 고양이는 높은 곳 낮은 곳 고민하며 매사 힘들게 가려 다닐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나는 그냥, 그런 고양이 같은 마음가짐으로, 시작은 내가 과정이 재밌었으면 좋고, 결과가 아쉬우면 경험으로 삼는 가벼운 도전정신이 필요할 때가 많다고 생각할 뿐이다.
습관이나 일의 속도를 유지하는 꾸준함은 또 어떨까? 두 번째는 '진행'이겠다. 정말이지 이건 너무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왜냐면 어떤 지도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돛이며 키며 온갖 것들을 다루는 것처럼 나 스스로를 운항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때때로 목표와 우선순위를 잃고 다른 것에 매몰되면 나를 다시금 리마인드 시킬 수 있어야 한다. 속력이 더디다면 무엇이 나를 방해하고 있는지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다가 또 쉴 때는 쉬어야지. 기계가 아닌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같은 노력으로 할 수는 없다. 때로는 동기를 잃거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손을 놓을 수도 있다. 그러면 우리는 노력의 품을 조금 줄이거나, 아니면 그 주기를 좀 조정해서라도 스스로를 다시 적응시켜야 한다. 습관을 적응이 아니라 규제나 숙제의 영역으로 만들면... '그 힘들고 재미없는 일'을 억지로 한 나에게 괜히 보상을 주고 싶어하는 묘한 마음만 자꾸 생기는 것 같다. 마치 먹을 게 있어야만 '손!'을 알아듣는 반려동물처럼 말이다.
근데 여기까지는, 나도 잘 알겠는데...
잠시 손을 놓아버린 습관을 다시 되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요즘은 누굴 보고 습관을 시작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닌데.... 왜냐면, 유튜브에서 이런 거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된다고 다 알려주니까. 물건 살 것이 있으면 인터넷으로 아무거나 싸게 사면 그만인 세상이고.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시작한 습관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그걸 우리 힘으로 다시 궤도에 돌려놓을 수 있는가가 궁금하다, 요즘은...
글쎄, 그냥 이 악물고 "다시 해 임마 언제까지 놀고 있을 거야" 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걸까? 🤔🥴